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 두고 / 이외수 살아 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나지막히 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 간다는 것은 오늘도 .. 시, 글 2012.02.24
인생길 걸어가면서 / 손희락 스쳐가는 바람도 외로워 가슴을 파고드는 날 사랑하는 이 손을 잡고 뺨이 발그스름한 어린아이 모습으로 인연의 의미를 노래한 적이 있었는가 두 눈 지그시 감고 영혼의 떨림 속, 뻐근한 통증을 느끼며 별빛처럼 쏟아지는 황홀한 감격에 젖어 울어 본 적이 있었는가 비가 멈추니 눈이 내.. 시, 글 2012.02.24
혼자일 수 밖에 없던 이유 / 이용채 돌아보면 언제나 혼자였다 나를 사랑한다고 다가오는 사람에게선 내가 물러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면 그가 물러났다. 나에게서 물러선 그에게 다시 다가서면 그가 부담스러워 나를 피했고 내가 물러섰는데도 다가오는 이는 내가 피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늘 나를 사랑.. 시, 글 2012.02.24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 김재진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드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풍경처럼 먼산 바라보며 몇 번.. 시, 글 2012.02.24
안 올 사람이 올 리 없고 / 이용채 애써 찾지 않겠다 늘 누군가를 찾아 헤메이던 숱한 방황을 이제는 접기로 했다 메마른 가슴에 귀를 기울이며 혹 설레지나 않을까 조심스레 손을 얹어 보지만 바람 같은 이를 어쩌나 풀잎소리 나면 그쪽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려 보지만 풀잎이 흔들리는 게 바람의 모습은 아닌 것을 늘 아.. 시, 글 2012.02.24
겨 울 / 이 외 수 깊은 안식의 시간 속으로 눈이 내린다. 강물은 얼어붙고 태양은 식어 있다. 나무들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회색 하늘을 묵시하고 있다. 시린 바람이 비수처럼 날아와 박히고 차디찬 겨울비가 독약처럼 배어 들어도 나무는 당분간 잎을 피우지 않는다. 만물들이 마음을 비우고 동.. 시, 글 2012.02.23
가슴에 묻어야 할 추억 / 윤 영 초 사랑했다는 말 .. 잊어야 함을 꽃들이 피고 지듯이 사랑도 그렇게 져가는가 봅니다 한때 좋았던 기억만 남기고 슬픈기억들은 모두 묻어요 가슴 언저리에 얹혀있는 막막함을 잊어 버려요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다 상처가 아물듯이 그 추억 또한 아물어 아무일 없던 일이 되겠지요 .. 시, 글 2012.02.23
등 돌린 사랑조차 아름다운 건 / 유미성 등 돌린 사랑조차 아름다운 건 그 안에 그대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잘라내지 못한 내 마음 속의 그리움들이 지난 날 더 주지 못한 사랑을 안타까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 아침, 사람들 모르게 밤사이에 눈이 내려 초라한 겨울 나무 위로도 새 하얀 눈꽃이 피어나.. 시, 글 2012.02.23
어둠일기 3 / 백창우 1 네가 없는 빈 하늘을 바라본다 등이 켜지는 도시의 한 켠에서 큰 집 위로 떠오른 저녁달이 잿빛 들판에 홀로 외롭구나 저 길 건너 어둠이 서 있는데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눈물도 없이 팍팍한 가슴속에 희미한 너의 날갯짓 소리 2 터벅터벅 불빛 아래 걸어간다 슬픈 그림자 하나 .. 시, 글 2012.02.23
저편언덕 / 류 시 화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할 때 그곳으로 걸어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서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에 의지하되 다만 슬픔의 .. 시, 글 20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