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224

세상은 삶을 담는 그릇 / 김종선

지나온 세월 원망하며 탄식 속에 시간을 낭비하고 번뇌 속에서 눈물지며 오늘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나친 과욕에 기름 뿌리고 불 붙여 화 부르는 일을 만들고 몸과 마음 혹사시켜  훗날 병들고 나약해져  가슴 도려내는 후회속에 살려하는 것은 아닌가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무엇에 쫓기며 살아왔고 무엇을 쫓으며 살고 있나 넓은 세상은 우리네 삶을 담는 그릇인 것을 무엇이 부족해 채우려만 하는가 세상이라는 그릇을 무엇으로 모두 채울 수 있단 말인가 빈곳은 빈 것으로 채워진 곳은 채워진대로 그렇게 세상이라는 그릇속에 우리네 삶을 하나 둘 담아가며 비워가며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겠는가.

시, 글 2025.03.20

흐린 날의 바다는 참 쓸쓸해 보인다 / 박성철

나는 바다에 서 있다 잡고 싶어도 잡지 못할 파도에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그를 떠나 보내며  쓸쓸한 바다에 서 있다. 서해바다에서  가끔씪은 흔들려보는 거야 흐르는 눈물을 애써 막을 필요는 없어 그냥 내 슬픔을 보여주는 거야 자신에게까지 숨길 필요는 없어 물이 고이면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작은 상심이 절망이 될 때까지 쌓아둘 필요는 없어 상심이 커져가 그것이 넘쳐날 땐  스스로 비울 수 있는 힘도 필요한 거야 삶이 흔들리는 건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았다는 건 내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증거니까 가끔씩은 흔들려보는 거야 하지만 허물어지면 안 돼 지금 내게 기쁨이 없다고  모든 걸 포기할 필요는 없어 늦게 찾아온 기쁨은 그만큼 늦게 떠나가니까.

시, 글 2025.02.19

한번은 시처럼 살아야한다 / 양광모

나는 몰랐다. 인생이라는 나무에는 슬픔도 한 송이 꽃이라는 것을 자유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펄럭이는 날개가 아니라  펄떡이는 심장이라는 것을 진정한 비상이란 대지가 아니라  나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인생에는 창공을 날아오르는 모험보다 절벽을 뛰어내려야 하는 모험이 더 많다는 것을 절망이란 불청객과 같지만 희망이란 초대를 받야야만 찾아오는 손님과 같다는 것을 12월에는 봄을 기다리지 말고 힘껏 겨울을 이겨내려 애써야 한다는 것을 친구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가 도와줘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떤 사랑은 이별로 끝나지만 어떤 사랑은 이별 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 시간은 멈출 수 없지만 시계는 잠시 꺼 둘 수 있다는 것을 성공이란 ..

시, 글 2025.02.15

기다리는 사람 / 김재진

기다리는 사람 / 김재진설령 네가 오지 않는다 해도  기다림 하나로 만족할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묵묵히 쳐다보며 마음 속에 넣어둔 네 웃는 얼굴 거울처럼 한 번씩 비춰볼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함께 있던 저무는 해를 눈 속에 가득히 담아둘 수 있다. 세상에 와서 우리가 사랑이라 불렀던 것 알고 보면 기다림이다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다 기다리는 동안 따뜻했던 내 마음을 너에게 주고 싶다 내 마음 가져간 네 마음을 눈 녹듯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다 삶에 지친 네 시린 손 잡아주고 싶다 쉬고 싶을 때 언제라도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기다림으로 네 곁에 오래도록 서 있고 싶다.

시, 글 2025.02.09

살다가 / 최유진

살다가 / 최유진  살다가 힘든 일이 생기거든 누구를 탓하지 말거라 이미 생긴 일이거늘 어찌하겠느냐 살다가 울 일이 생기거든 누구를 원망 말고 실컷 울어보렴 울고 나면 속이라도 시원하지 않겠니 살다가 이별할 일이 생기거든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인연은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는 것이란다 살다가 사랑할 일이 생기거든 밀고 당기는 시간을 줄이거라 사랑의 실타래가 항상 질기지 않으니 적당히 밀고 당기려무나 살다가 행복한 일이 생기거든 너무 잡으려 애쓰지 말거라 무엇이든 잡으려 하면 달아나고 꽉 쥐고 있는다고 내 것이 아니잖아

시, 글 2025.02.04

슬픈 시 / 서정윤

슬픈 시 / 서정윤 술로써 눈물보다 아픈 가슴을 숨길 수 없을 떄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적는다 별을 향해 그 아래 서 있기가 그리 부끄러울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읽는다 그냥 손을 놓으면 그만인 것을 아직 '나' 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쓰러진 뒷모습을 생각잖고  한쪽 발을 건너 디디면 될 것을 뭔가 잃어버릴 것 같은 허전함에 우리는 붙들려 있다 어디엔들 슬프지 않은 사람이 없으랴만은 하늘이 아파 눈물이 날 때 눈물로도 숨길 수 없어 술을 마실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가 되어 누구에겐가 읽히고 있다.

시, 글 2025.02.03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 권경인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 권경인  더이상 펼쳐지지 않는 우산을  버리지 못하는 건 추억때문이다. 큰 걸음으로 온 사람 큰 자취 남기고 급한 걸음으로 왔던 사람 급히 떠나는 법 높은 새의 둥지에도  길을 여는 슬픔도 지치면  무슨 넋이 되는가 나무여,  그 우울한 도취여 삶에서 온전한 건 죽음뿐이니 우리는 항상 뒤늦게야 깨닫는다 잃을 것 다 잃고 난  마음의 이 고요한 평화 세상을 다 채우고도  자취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외로움은 오히려 극한을 견디어낼 힘이 되는가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죽은 세포는 가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시, 글 2025.02.03

그대 가는 길 / 도종환

그대 가는 길  /  도종환  잠시 고여있다 가게 나고 이우는 한평생 흔들리다 갔어도 저무는 강 풀잎처럼 흔들리다 갔어도 바람의 꺼풀 벗겨 풀잎이 만든 이슬처럼 어디 한 곳쯤은 고여 있다 가게 귀 기울였다 가게 이 넓은 세상 뿌리 내리진 못했어도 씨앗 하나 이 땅 위에 쓸쓸히 떨어지는 소리 한 번쯤 듣다가도 가게 조금은 가파른 상공을 스쳐가고만 우리들 아늑한 뜨락을 만날 순 없었어도 끝없는 벌판이 되어 흩어지고만 우리들 아늑한 잠자리 하나 만들 순 없었어도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가게 버들 뜬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고 가게 끓어오르던 온 몸의 피 바람에 삭이다 낮은 하늘에서도 살얼음 어는 소리 들리고 하늘 가는 먼 길 중에  몸도 뜻도 둘 곳이 없어지면 빗방울로 한 번쯤 더 떨어지다 가게.

시, 글 2024.12.18

스치는 모든 것이 다 바람이려니 / 인애란

스치는 모든 것이 다 바람이려니 / 인애란  바람으로 와서 바람으로 흩어질 인생살이다. 커다란 고통도, 뼈아픈 후회도, 짓누르는 절망도 모든 것이 결국은 바람처럼 스치는 것. 빈 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 돌아갈 우리다 대단한 사랑도, 근사한 추억도 , 아무리 극진한 사연도 모든 것이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도는 것,  그러한데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겠는가 ? 굳이 무얼 집착하며 놓지 못하겠는가? 조금만 생각의 깊이를 더해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보다 그것들이 사실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서로 빼앗고 싸우며 미워하기보다 용서하고 돌보며 사랑하는 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한 줌 흙에서 와서 흙으로 묻힐 몸이다. 아름다운 쾌락도, 화려한 젋음도, 넘치는 부귀영화도 모..

시, 글 2024.10.13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김재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김재진 갑자기 모든 것 낯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만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 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 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 속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가는 것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베어올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스쳐가는 만월같이 모든 것 내려 놓고 길 떠나라.

시, 글 202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