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 권경인

Daisyhg 2025. 2. 3. 08:02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 권경인

 


더이상 펼쳐지지 않는 우산을 
버리지 못하는 건
추억때문이다.

큰 걸음으로 온 사람 큰 자취 남기고
급한 걸음으로 왔던 사람 급히 떠나는 법

높은 새의 둥지에도 
길을 여는 슬픔도 지치면 
무슨 넋이 되는가 나무여, 
그 우울한 도취여

삶에서 온전한 건 죽음뿐이니
우리는 항상 뒤늦게야 깨닫는다

잃을 것 다 잃고 난 
마음의 이 고요한 평화

세상을 다 채우고도 
자취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외로움은 오히려
극한을 견디어낼 힘이 되는가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죽은 세포는 가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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