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세 월 / 도종환

Daisyhg 2012. 2. 23. 19:03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