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겨울 해변가에서 / 서정윤

Daisyhg 2012. 2. 23. 19:05

 

 

소리치고 있다

바다는 그 겨울의 바람으로 소리지르고 있었다.

부서진 찻집의 흩어진 음악만큼
바람으로 불리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했다.

아니,
물보라로 날리길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겨울의 바다
오히려
나의 기억 한장을 지우고 있다
파도처럼 소리지르며 떠나고 있다.

내가 바닷물로 일렁이면
물거품이 생명으로 일어나
나를 가두어두던 나의 창살에서
하늘로, 하늘로 날아오르고

그 바닷가에서 나의 모든 소리는
바위처럼 딱딱하게 얼어 버렸다

옆의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그 겨울의 바람이
나의 모든 것으로부터 떼어 놓았다.

소리쳐 달리는 하얀 물살 끝엔
갈매기도 몸을 피하고
바위조차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만

무너진 그 겨울의 기억을 아파하며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 내 속의 시간

오히려 파도가 되어 소리치는데
바다엔 낯선 얼굴만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