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Daisyhg 2012. 2. 23. 19:07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는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는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 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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