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어느 가난한 시인의 가을노래 / 이성옥

Daisyhg 2012. 3. 29. 06:39

 

 

속눈썹에 걸린 이슬이

시가 되는 줄 알고

눈감지 못하고

가슴소리를 들으며,

빈 들녘에 선다.
 
 

허수아비가 버리고 간

말 하나 주워들고
음표 없는 노래를 쓴다.
 


저녁 숲에서 새들이 물고 온
말 하나 갖고 싶어

소나무를 흔들어 본다.
 


솔방울만 떨어지고

그것이 시가 되는 줄 알고
한소쿠리 담아

색색으로 입혀 본다.
 


나무아래 올려다 본

밤하늘의 별빛이

서럽도록 고와서

별들의 신화를 달빛에 읽어 본다.
 
 

여름을 훔친 물고기 자리

포세이돈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메두사를 물리친 페르세우스 .........
 


가을 별자리가 시가 되는 줄 알고
그것이 시가 될까봐

고만,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