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향기 하나로 먼 곳까지 사랑을 전하고
새들은 아름다움 소리 지어 하늘 건너 사랑을 알리는데
제 사랑은 줄이 끊긴 악기처럼
소리가 없습니다.
나무는 근처의 새들을 제 몸 속에 살게 하고
숲은 그 그늘에 어둠이 무서운 짐승들을 살게 하는데
제 마음은 폐가처럼
아무도 와서 살지 않았습니다.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하늘 한복판으로 달아오르며 가는 태양처럼
한번 사랑하고 난 뒤
서쪽 산으로 조용히 걸어가는 노을처럼
사랑할 줄을 몰랐습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면서 얼지 않아
골짝의 언 것들을 녹이며 흐르는 물살처럼
사랑도 그렇게 작은 물소리로 쉬지 않고 흐르며 사는 일인데
제 사랑은 오랜 날 녹지 않은 채
어둔 숲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마음이 닮아
얼굴이 따라 닮아 오래 묵은 벗처럼
그렇게 살며 늙어가는 일인데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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