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바람이여 / 서정윤

Daisyhg 2026. 3. 9. 20:12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 모습도 없이
휙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 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 날
내 가진 어떤 것도 나의 것이 아니고
육체마저 벗어두고 떠날 때
허허로운 내 슬픈 의식의 끝에서
두 손 다 펴보이며 지나갈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어라

너와 나의 삶이 향한 곳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슬픈 추억들 가슴에서 지우며
누구에게도 흔적 남기지 않는
그냥 지나는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