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나이 들어 간다는 건 / 자향

Daisyhg 2022. 8. 18. 07:24

 

 

나이가 들어 간다는 건
세상과 조금씩 멀어져 가는 일이다


자위적인 결핍에 의해 체념을 배워가며
삶이 부여받은 의미로부터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는 일이다


별 것도 아닌 일로
감성에 젖어
눈물 흘리기도 하고


이름없는 풀꽃을 보며 동질감에
허한 마음을 나눌 때도 있다


정의의 화신처럼 내달리기도 하고
부당한 울분에
함께 분노 하기도 한다


모든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
관조의 속 깊은 혜량이 가져다 준
선물로 받아들이며 감사한다


내가 가본 길 만큼만
내가 아는 길이듯
아는 길 밖으론 나가려 하지 않는다


양손에 움켜쥔 모래알이
스스로 빠져나간 주먹을 털듯
집착을 털어가며

빽빽하게 밀집된 욕망의 가시나무를
하나 하나 베어 나가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곧게 뻗은 길 가운데로 걸어가는 것이
하늘과 맞닿은 길 일거라고 굳게 믿으며


그냥

묵묵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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