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2월의 시 / 함영숙

Daisyhg 2022. 1. 31. 12:45

 

 

겨울 껍질 벗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사래 떨며
사르륵 사르륵 허물 벗는다.


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
완전한 날 , 다 이겨내지 못하고
삼일 낮밤을 포기한 2월


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
꿈틀 꼼지락 거리며
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


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입히려
아픔의 고통, 달 안에 숨기고
황홀한 환희의 춤 몰래 추며


자기 꼬리의 날 삼일이나
우주에 던져 버리고
2월은

봄 사랑 낳으려 몸사래 떤다


겨울의 끝자락이 아쉽고
초봄을 잠시 맛배기로
계절은 여름으로 곧장 달려갈게 뻔한데

그래서 아직은

겨울잠에서 서성이고 싶은데
2월의 짧다란 날짜가 미워집니다


내 삶 언저리 돌아보면

짧아서 2월이 좋았던 기억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은 달


현실의 삶속에는

빠른 시간들이 미워서
짧은 2월을 반기지 않게 되네요


지구 온난화로 더위가 길어지는 현대에서
2월의 추위쯤 마음껏 즐기고 꼭꼭 채워
추워서 좋은 기억들만 많이 담으시길


눈 온 뒤의 2월 나뭇가지는 분명

봄이 우리곁을 서성인다고

무언으로 알려 줍니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처럼 / 문정희  (0) 2022.02.03
여기에 우리 머물며 / 이기철  (0) 2022.02.02
인연 / 서민주  (0) 2022.01.24
겨울 이야기 / 이도연  (0) 2022.01.18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 나태주  (0) 2022.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