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커피에 프림 한 스푼을 넣고
하늘이 흐려 우울한 날에는
물빛 편지를 쓴다
받아 줄 이 누구라도 좋다
짧은 안부에 그리움을 삭힐 수 있는
한 줄의 사연에 서로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라면 족하다
비록 내 사연이 짧다 해도
긴 여운으로 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펜 끝에 묻어 나는 온기를 느끼며
투명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행복하리라
내가 만난 삶, 사람, 그리고 사랑을
함께 느낀다는 것이
이처럼 홀가분한 일임을
편지지 여백의 한 귀퉁이 어디쯤에서
찾아 낸 기쁨이 온통 값진 것임을
알아내는 시간들이
소중할 것이다
오래된 팝송에서 묻어 나는 향수가
뿌연 하늘 끝 선 어디 쯤 닿을 때면
커피향에 눅눅해진 편지봉투는
그리움의 우표를 붙인 채
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갈 테지만
오늘처럼 흐리고 아름다운 날에는
하늘 빛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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