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그대 , 강물처럼 흘러가라 / 유인숙

Daisyhg 2021. 8. 23. 13:32

 

 

 

그대,

강물처럼 흘러가라


거치는 돌 뿌리 깊게 박혀 발목을 붙들어도
가다 멈추지 말고 고요히 흐르거라

 

흐르고 또 흘러서
내 그리움의 강가에 이르거든
잠시 사랑의 몸짓으로 애틋하게 뒤척이다

 

이내 큰 바다를 향하여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라


고여 있는 것에는
순식간, 탁한 빛 감돌고
올무 감긴 물풀 어둡게 돋아나느니

 

내 삶의 날들이여,


푸른 그리움이여,

 

세상사 돋친 가시에 마음 다쳐
귀 먹고 눈 멀어
그 자리 주저않고 싶을지라도

 

소망의 소리에 다시 귀 기울이며
말없이 흐르거라

 

울음초차 삼키는 속 깊은 강물처럼
그렇게 유유히 흘러가라.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 소환 / 이 채  (0) 2021.08.25
어느 날의 커피 / 이해인  (0) 2021.08.24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면 / 정미숙  (0) 2021.08.22
가을비를 맞으며 / 용혜원  (0) 2021.08.21
내 사람이여 / 백창우  (0) 2021.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