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사연 / 도종환

Daisyhg 2021. 8. 17. 17:32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


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 때도

해초 그 깊은 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


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하는 게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