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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