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강가에서 보내는 연서 / 박장락

Daisyhg 2012. 3. 16. 07:32

 

 

세상이
어둠의 빛에서
영롱한 빛으로 세상에 깨어나는
이른 새벽녘
 
숨가쁜
그대의 눈빛 쏟아지면
 
길잃은 사슴처럼
쓸쓸한 갈대숲에
달콤한 여명이 떠오를 즈음
 
그리움 가득 담아 강가를 서성이다
연서를 보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이곳이
우리가 머물러야 할 자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그림자만으로 오실지라도
 
그러면 이따금 내가
이 강을 찾게 될 것이고
당신을 만날 수 있을 테니 

 

 

그대 숨소리
내 가슴에 닿으면
그리움에 애태우다
심장이 결빙되어 녹아내리며
 
늘, 함께 숨 쉬던
그대 작은 떨림의 음표가
희미한 안개에 휩싸이고
 
그대,
보고픔에 흠뻑 젖은 채
길섶에 부표처럼 떠오르는 날
 
막을 수 없는 슬픔의 강물 되어
그대가 오실 강어귀에
서성입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은
늘 마음을 애달프게 하지만
 
흘러가는 강물 위에 서서
그대가 나를 기다릴 때까지
 
내 마음속 연서를
강가에 매어 놓은
빈 배에 실어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