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혼자임을 아는 것 / 이외수

Daisyhg 2012. 2. 23. 16:45

 

 

울고 있느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해서.. 
우는 너의 모습을 숨길 수 있을것 같더냐.

온몸으로 아프다며 울고 앉아
두팔로 온몸을 끌어 안았다해서
그 슬픔이 새어 나오지 못할것 같더냐..

스스로 뱉어놓고도 미안스러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할 것을
왜 그리 쉽게 손 놓아 버렸느냐..

아픈 가슴 두손으로 쥐어 잡았다해서
그 가슴안에서 몸부림치는 통증이
꺼져가는 불꽃마냥 사그러지더냐..

너의 눈에 각인시키고 그리던 사람
너의 등뒤로 보내버렸다해서
그사람이 너에게 보이지 않더냐..

정녕 네가 이별을 원하였다면
그리 울며 살지 말아야 하거늘..

왜 가슴을 비우지 못하고
빗장 채워진 가슴에 덧문까지 닫으려 하느냐..

잊으라하면 잊지도 못할것을 ...
까닭없이 고집을 부려 스스로를 벌하고 사느냐..

그냥 살게 두어라..

그 좁은 방에 들어 앉았다 싫증나면
떠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

문득

가슴 언저리가 헛헛해 무언가 채우고 싶어질 때..
그때는
네가 나에게 오면 되는 것이라..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멍들은 가슴으로 온다해도
내가
다 안아 줄 것이라..

내게 돌아올 것을 알기에
기다리는 것이라..

너는 내 것이기 때문에 내가 다 안을 수 있는 것이라..
그래서
오늘 하루도 살아 낸 것이라..

살아 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