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 걸으면 내 발이 향기로와진다
햇빛 밝은 날은
눈 감아도 보이는
다년생 풀의 초록빛 생애
꽃들은 한 송이만 피어도 들판의 주인이 된다
그리울수록 얼굴 환해지는 풀꽃들
세상은 결코
재가 된 것 아니다
부르면 달려와 은빛 단추가 되는 삶도 있다
햇살의 매질이 아픈지
풀잎들이 자주 종아리를 흔든다
어린 벌레들은 아직 잠깨지 않았는지
물소리가 먼저 깨어나 들판의 길을 연다
풀꽃 말고는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아는 사람 없다
숲을 나는 새는 부리마저도 초록이다
나는 신발에 몸을 얹고
무참히도 쉰 해를 걸어왔구나
계절이 다하면 꽃들은 차례로 순교한다
나비와 벌들의 주소가 거기 있다
이제 우리
수채화같은 꿈 꾸면 안될까
우리 한 번
시내 같은, 놀같은 삶
꿈꾸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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