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망설임이 먼 강물소리처럼 건네왔다
네 참음도
네가 겸손하게
삶의 번잡함 쪽으로 돌아서서 모르는 체하는
그리움도
가을바람 불고
석양녘 천사들이
네 이마에 가만히 올려놓고 가는
투명한 오렌지빛 그림자도
그 그림자를
슬프게 고개 숙이고 뒤돌아서서 만져보는
네 쓸쓸한 뒷모습도
밤새
네 방 창가에
내 방 창가에 내리는, 내리는,
차갑고 투명한 비도
내가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한번,
내 이름으로,
너는 늘 그렇게 내게 있다
세계의 끝에서 서성이는
아득히 미처 다 마치치 못한 말로
네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나는
말하고 쓴다,
내 가슴 빈터에
세계가 기웃, 들여다보고
제 갈 길로 가는 작은, 후미진 구석 그곳에서
기다림을 완성하려고
지금,
여기에서,
네 망설임을,
침묵을, 거기에 심는다,
한번 더,
네 이름으로,
언제든 온전히 말을 거두리라
너의 이름으로,
네가 된 나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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