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39

젊은 날 / 문정희

젊은 날 / 문정희 새벽별처럼 아름다웠던 젊은 날에도 내 어깨 위엔 언제나 조그만 황혼이 걸려 있었다 향기로운 독버섯 냄새를 풍기며 손으로 나를 흔드는 바람이 있었다. 머리칼 사이로  무수히 빠져 나가는 은비늘 같은 시간들 모든 이름이 덧없음을 그때 벌써 알고 있었다. 아 ! 젊음은 그 지느러미 속을 헤엄치는 짧은 감탄사였다 온 몸에 감탄사가 붙어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른 잎사귀였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는 광풍의 거리 꿈과 멸망이 함께 출렁이는 젊음은  한 장의 플래카드였다 그리하여 나는 어서 너와 함께  낡은 어둠이 되고 싶었다 촛불밖에 스러지는 햐얀 적막이 되고 싶었다.

시, 글 2024.08.22

그렇게 아름다운 날은 가고... / 정석원

그렇게 아름다운 날은 가고... / 정석원 바람에 흔들리는 육신 아름다운 색동옷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파랗게 물든 머리카락만 휘날린다 사랑하던 임들은 하나, 둘 흩어지고 홀로 멍하니 서서 어둠에 짙은 하늘만 멍하니 바라본다 무심한 시간은 보내는 아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요 속을 스쳐 지나간다 수 없이 지나간 시간 아름다운 그 날 손가락이나 세어 보려나 다시 돌아오면 이제는 놓지 않으리다.

시, 글 202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