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 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 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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