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겨울 숲 / 복효근

Daisyhg 2025. 12. 17. 09:08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 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 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 / 김재진  (0) 2025.12.27
12월 이야기 / 한강, 이지상  (0) 2025.12.20
하늘에 쓰네 / 고정희  (0) 2025.12.16
너를 보내고/ 이정하  (0) 2025.12.14
모닥불을 밟으며 / 정호승  (0) 202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