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어디쯤 가고 있을까 / 이정하

Daisyhg 2022. 4. 19. 20:51

 

 

 

내가 원하는 것들은
옆에 있어 주지 않았다


원하지 않는 것들만 내게 몰려들어
그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일쑤였다


늘 그랬다,

내게 있어 세상은
내게 있어 너마저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다가올 실패가 두려워
약간의 여지는 남겨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잡을 수 있는 것은
기껏 네가 남겨두고 간 눈물자국이거나
먹다만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것들뿐이었다


너 없이도 행복하고 싶었지만
행복할 것이라 마음먹었지만


그럴수록

행복과는 더더욱
멀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찌하여 세월은

나보다 더 빠른 것인가


모든 흘러가는 것들은 머물지 못한다


그러고보면

세상엔 흐르지 않는 것이 없는데

무엇을 잡기 위해
이리도 허우적거리는가


지금 난 어디로 가고 있나
어디쯤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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