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 이외수

Daisyhg 2022. 5. 4. 16:01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을
한 겹씩 파내려 가면


먼 중생대 어디쯤
화석으로 남아 있는
내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때도 나는
한 줌의 고사리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무는 바다 쪽으로 흔들리면서
눈물보다 투명한 서정시를
꿈꾸고 있을까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일수록
더욱 선명한 화석이 된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 내내 비 오는 날 / 백창우  (0) 2022.06.05
기도하세요 / 홍수희  (0) 2022.05.21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 이외수  (0) 2022.04.26
어디쯤 가고 있을까 / 이정하  (0) 2022.04.19
나에게 주는 시 / 류근  (0) 202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