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누가 묻거든 나 대답하리라 / 이해인

Daisyhg 2022. 2. 19. 21:54

 

 

 

 

누가 날더러 청춘이 바람이냐고 묻거든
나, 그렇다고 말하리니...


그 누가 나더러 인생도 구름이냐고 묻거든
나, 또한 그렇노라고 답하리라.


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


청춘도 한번 왔다 가고 아니 오며
인생 또한 한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으니
이 어찌 바람이라, 구름이라 말하지 않으리오


오늘 내 몸에 안긴 겨울바람도 내일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
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 가리니


지금 나의 머리 위에 무심히 떠가는 저 구름도
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

무량 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을...


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

스쳐 가는 바람 앞에 머물지 못하며
못난 인생도 저 잘난 인생도

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을진대...


어느 날 세상 스쳐가다가

또 그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가는 생을 두고
무엇이 청춘이고

그 무엇이 인생이라고 따로 말을 하리까?


우리네 인생도

바람과 구름과 다를 바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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