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는
젖은 음표들을 말려야지
지난여름
욕망의 이깔나무 숲을 건너오는 동안
무심코 자라난 귀를
맑게 씻어야지
노역의 상처들을 말리는 동안
아다지오의 여백 속은
참 넉넉하리라
때때로 쉼표를 찍어가며
촉촉한 노래들을
오랫동안 흥얼대리라
지상의 세간들이
따로 노래가 될 수 있다면
산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일 것인가
물빛만 출렁이는 내 발자국
길어 올리는 이 없어도
이 가을에는
당당하게 웃어야지
깊은 뿌리내림으로 당당하게 일어서야지
곱지는 않아도 넉넉한 음색으로
내게 주어진 것들을
흔들림 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열꽃의 아열대
아, 그 아득함을 건널 수 있다면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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