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그대 그리워하는 이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 김학경

Daisyhg 2012. 3. 22. 16:39

 

 

 

 

 

 

 

떨어지는 낙엽에 고운 눈물 맺히었고
황량한 갈바람에 외로웠지만

유난히 길게 느껴진 가을을 뒤로하고
겨울의 문턱에 서 있는
그대 그리워 하는 이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하얀볼이 빨간 홍시되어

두손을 가슴에 모아
호호 입김을 불면서
훈훈한 모닥불을 생각하기 전에

그대 그리워 하는 이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하얀눈이 지붕을 덥고
갸날픈 나무 줄기 위에 꽃을 피우고

그대의 머리위에
흰눈이 소복히 쌓이기 전에
그대 그리워 하는 이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뜨끈뜨근한 온돌 아랫목 이불속에
발을 담궈 언 발을 녹이는데

동장군의 앞잡이인 찬 바람이
창문을 잡고 흔들때

그대의 얼었던 가슴이 녹기전에
감미로운 샹송을 들으며
그대 그리워 하는 이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