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강변역에서 / 정호승

Daisyhg 2012. 2. 28. 22:03

 

 

강변역에서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없이 지나갔다

우리가 만남이라고 불렀던
첫눈 내리는 강변역에서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더 슬퍼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겨울산에서
저녁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바람 부는 강변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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