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긴 헤어짐의 시작 앞에서 / 이용채

Daisyhg 2012. 2. 23. 16:53

 

 

소리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표정으로 소리 지르고 있었다.

붙잡지 못한 가슴이면서도
다시 돌아봐주길
얼마나 바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소리치며
부르고 싶었다.
짧은 헤어짐 속에서도
언제나
나도 모르게
뒤돌아봐지던 사람.

이제는
긴 헤어짐을 향해 떠나가며
다시
뒤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그가
먼 곳에 있을수록
마음은 더욱
그와 가깝다.
그가 보이지 않으면
더욱 보고 싶은 가슴은
눈물로 흔들리며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보고 싶은 대로 아파할 뿐이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눈물로
배우고 있었다.


떠나가는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이 더욱
아프다.
처음부터
떠나갈 준비를 하고 왔던 사람이기에
쉽지 않은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겠지만
그도
가슴속에서는 심한 흔들림으로 몇 번이고
망설였으리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에
사랑했고
사랑했던 것만큼
보내지 않을 수 없기에
붙잡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토록 아픈 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같이 있으면서도
사랑이라 부르지 못했던 사람을
이제는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