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들녘에 서서 / 김수환추기경
인생을 하루에 비하면
난 지금 해거름에 와 있다.
정상에서 내려와
황혼 들녘에 서 있는 기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고향 풍경과 어머니 품이 느껴진다
어릴 때 저녁이 가까워 오면
신작로에 서성거리며
행상 나간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산등성이로 기우는 석양을 등지고
돌아 오실 때가 많았다.
하느님 곁으로
한 발짝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하늘나라에 가면
보고 싶은 어머니도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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