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황혼 들녘에 서서 / 김수환추기경

Daisyhg 2024. 5. 16. 10:01

 

 

황혼 들녘에 서서 / 김수환추기경

인생을 하루에 비하면
난 지금 해거름에 와 있다.
정상에서 내려와 
황혼 들녘에 서 있는 기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고향 풍경과 어머니 품이 느껴진다


어릴 때 저녁이 가까워 오면 
신작로에 서성거리며 
행상 나간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산등성이로 기우는 석양을 등지고
돌아 오실 때가 많았다.


하느님 곁으로 
한 발짝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하늘나라에 가면 
보고 싶은 어머니도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