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를 찾았습니다.
그대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몇 마리의 갈매기가 날았습니다.
몇 개의 점이 되어
사라져 갔습니다.
이 세상 너머로
사라질 수 있다면,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도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그대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 내 머리 위로
몇 마리의 갈매기가 날았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듯
갈매기들은 수평선 저 너머로
몇 개의 점이 되어
사라져 갔습니다.
저렇게 나도
이 세상 너머로
사라질 수 있다면,
완벽하게 사라져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도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또
내 마음에 쓸쓸하게 고여왔습니다.
울적할 때마다 찾게 되는 서해바다.
싸늘한 바람이
나의 온몸을 휘감고 돌지만
나는 아무런 느낌 없이 오로지
그대 생각에만 젖어 있습니다
내 발 밑에서 밀려갔다 밀려오는
거센 파도처럼,
내 삶의 한가운데를 밀려왔다 밀려가 버린
그대.
하지만 이제 난
괜찮을 수 있습니다.
해변의 모래밭을 쓸쓸히 걸으며
괜찮을 수 있다고 내심
다짐해 봅니다.
짜디짠 소금기를 모래밭에 남겨두고
파도가 밀려가듯이,
그대 또한
내 가슴에 남겨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이 비록
쓰라림뿐일지라 해도
내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내 가장 소중한 의미로
그대는
나의 삶에
아름답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에
아름답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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