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내 삶에 가장 소중한 의미로 / 이정하

Daisyhg 2012. 3. 13. 09:39

 

 

서해바다를 찾았습니다.

그대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 내 머리 위로
몇 마리의 갈매기가 날았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듯

 

갈매기들은 수평선 저 너머로
몇 개의 점이 되어
사라져 갔습니다.

 

저렇게 나도
이 세상 너머로
사라질 수 있다면,

 

완벽하게 사라져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도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내 마음에 쓸쓸하게 고여왔습니다.

 


울적할 때마다 찾게 되는 서해바다.

 


싸늘한 바람이
나의 온몸을 휘감고 돌지만
나는 아무런 느낌 없이 오로지
그대 생각에만 젖어 있습니다

 

내 발 밑에서 밀려갔다 밀려오는
거센 파도처럼,
내 삶의 한가운데를 밀려왔다 밀려가 버린
그대.

하지만 이제 난
괜찮을 수 있습니다.

해변의 모래밭을 쓸쓸히 걸으며
괜찮을 수 있다고 내심
다짐해 봅니다.

짜디짠 소금기를 모래밭에 남겨두고
파도가 밀려가듯이,

그대 또한
내 가슴에 남겨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이 비록
쓰라림뿐일지라 해도

내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내 가장 소중한 의미로

 
그대는
나의 삶에
아름답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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