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 양애희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네가 나인듯 내가 너인듯한 이 인연 세월을 타고 거닐다 보면 그렇게 무심히 지낼 날 있겠지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눈물겹도록 관심 가질 일도 없이 꽃처럼 편히 웃을 날 있겠지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바람 스친 언덕 눈 멀며 바라볼 일도 그리움 태우며 .. 시, 글 2012.12.06
떠난 사람 / 정이진 오늘도 당신은 밀물처럼 다가왔다 썰물되어 사라집니다 언제나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내 마음은 빛보다 빨라 잡지를 못합니다 하기사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다시 와 달라고 애원한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당신을 향한 마음의 문은 항상 열려 있어 닫지 못합니다 밤 깊어 .. 시, 글 2012.03.29
등 대 / 정이진 파도에 휩쓸려 간 기억을 인양하고자 더듬어 올라갑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다가 갑니다 아무일도 없는 듯, 철썩거리는 파도는 고요를 깨우며 수면위를 오르다가 이내 잠잠해집니다 열정적으로 부딪치어 상처라도 났으면 후회가 없을지 모를 안타까움만이 자릴 지키고 .. 시, 글 2012.03.29
어느 가난한 시인의 가을노래 / 이성옥 속눈썹에 걸린 이슬이 시가 되는 줄 알고 눈감지 못하고 가슴소리를 들으며, 빈 들녘에 선다. 허수아비가 버리고 간 말 하나 주워들고 음표 없는 노래를 쓴다. 저녁 숲에서 새들이 물고 온 말 하나 갖고 싶어 소나무를 흔들어 본다. 솔방울만 떨어지고 그것이 시가 되는 줄 알고 한소쿠리 .. 시, 글 2012.03.29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 김용택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 시, 글 2012.03.29
그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백창우 1.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바람을 거슬러 그대 어디로 가는가 무얼 찾아 가는가 어둠을 거슬러 그대 무얼 찾아 가는가 추운 도시의 한복판에서 더운 불 하나 피우고 싶어하던 그대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찾아 가는가 두드려도 소리나지 않는 북처럼 그대 입술은 열리지 않고 그 안타까운 침.. 시, 글 2012.03.22
한번쯤 다시 살아 볼 수 있다면 / 김재진 1. 한 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때 그 용서할 수 없던 일들 용서할 수 있으리. 자존심만 내세우다 돌아서고 말던 미숙한 첫사랑도 이해할 수 있으리. 모란이 지고 나면 장미가 피듯 삶에는 저마다 제 철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찬물처럼 들이키리. 한 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나.. 시, 글 2012.03.22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 김재진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 돋고 산 아래 먼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시, 글 2012.03.22
그대 그리워하는 이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 김학경 떨어지는 낙엽에 고운 눈물 맺히었고 황량한 갈바람에 외로웠지만 유난히 길게 느껴진 가을을 뒤로하고 겨울의 문턱에 서 있는 그대 그리워 하는 이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하얀볼이 빨간 홍시되어 두손을 가슴에 모아 호호 입김을 불면서 훈훈한 모닥불을 생.. 시, 글 2012.03.22
가고 없는 날들의 스케치 / 김정민 가고 없는 날들을 붙잡기 위해 또다시 가버리는 오늘을 만들지는 말아요. 멀리 있어 우리의 미소가 보이지 않는다 하여도 조바심 하지 말며 언제나 가벼운 침묵으로 서로의 시계추가 되어 주어요. 시간의 줄을 따라 삶의 길이만큼 늘어뜨린 우리의 이야기들을 사랑하며 가고 없는 날들을.. 시, 글 201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