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223

널 만나기 위해 아파했던 / 이신옥

아직도 기다림을 머리에 이고 살아 널 만나기 위해 하루를 허비하면서 너의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있어 길을 가다가도 너의 모습이 그리워지고 낯선 바람을 만나도 너의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아 조금씩 무디어져 가는 마음을 애써 감추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널 만나게 돼 기다림이 멈춰지는 날에는 널 만나기 위해 아파하지 않을 거야 너도 나처럼 기억을 지우며 살아 갈테니..

시, 글 2021.09.05

떠나렴 / 백창우

떠나렴 우울한 날엔 어디론가 떠나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렴 아무도 없다고, 이 놈의 세상 아무도 없다고 울컥, 쓴 생각 들 땐 쓸쓸한 가슴 그대로 떠나렴 맑은 바람이 부는 곳에서 푸른 하늘이 열리는 곳에서 돌아보렴, 삶의 어느 모퉁이에서 만났던 고운 사람을 누군가가 그대 곁에 있는 것보다 그대가 누군가의 곁에 있는 것이 더 큰 기쁨이었던 것을, 다시 느끼렴 떠나렴 사는 게 자꾸 슬퍼지고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땐 책이나 한 권 사 들고 아무 기차나 집어 타렴.

시, 글 2021.09.04

추억의 향기 / 박수진

강물이 쉬지 않고 흘러 흘러가듯이 구름이 어디론가 정처 없이 가듯이 모든 것은 지나가고 잊혀진다 하여도 우리 함께했던 날들 지워지지 않으리 우리는 언제까지나 소중한 사랑 후회 없이 사랑하고 사랑하다가 추억을 남기고 멀리 떠난 뒤에도 그 향기 오래 남아 별이 되어 빛나리 봄날이 지나가면 여름이 오듯이 가을이 지나가면 겨울이 오듯이 모든 것은 떠나가고 잊혀진다 하여도 마주 보며 걸어온 길 지워지지 않으리 어디선가 다시 또 만날 우리의 사랑 미련 없이 사랑하고 사랑하다가 추억을 남기고 멀리 떠난 뒤에도 그 향기 오래 남아 별이 되어 빛나리 그 향기 오래 남아 별이 되어 빛나리

시, 글 2021.09.03

저녁별 하나 / 백창우

1. 누가 내 노래들을 기억해줄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이토록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외워 부를 이 있을까.. 해 지는 황혼녘에 홀로 서서 그 빛 다 가슴에 안아보면 너무도 초라한 내 모습에 한 없이 슬퍼지는데.. 아아, 이런 것이 인생이려니 우리 가난한 이름들의 삶이려니 힘 없이 돌아오는 길 위에 내 마음처럼 쓸쓸한 저녁별 하나.. 2. 누가 내 아픔들을 만져 줄까 모두 떠나간 어느 밤에 이토록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어줄 이 있을까.. 어둠이 내린 도시의 불빛들은 슬픈 꿈으로 흔들리고 그리운 사람들의 그림자가 저만치 멀어지는데.. 아아, 이런 것이 인생이려니 우리 고단한 이름들의 삶이려니 힘 없이 바라본 하늘 한 켠에 내 마음처럼 쓸쓸한 저녁별 하나

시, 글 2021.09.02

네가 가고 나서부터 비가 내렸다 / 여림

네가 가고 나서부터 비가 내렸다. 내리는 비는 점점 장대비로 변해가고 그 빗속을 뚫고 달리는 버스 차창에 앉아 심란한 표정을 하고 있을 너를 떠올리면서 조금씩 마음이 짓무르는 듯했다. 사람에게는, 때로 어떠한 말로도 위안이 되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다. 넋을 두고 앉아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본다거나 졸린 듯 눈을 감고 누웠어도 더욱 또렷해지는 의식의 어느 한 부분처럼 네가 가고 나서부터 비가 내렸다. 너를 보내는 길목마다.

시, 글 2021.09.01

흐린 날에는 편지를 / 김춘경

맑은 커피에 프림 한 스푼을 넣고 하늘이 흐려 우울한 날에는 물빛 편지를 쓴다 받아 줄 이 누구라도 좋다 짧은 안부에 그리움을 삭힐 수 있는 한 줄의 사연에 서로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라면 족하다 비록 내 사연이 짧다 해도 긴 여운으로 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펜 끝에 묻어 나는 온기를 느끼며 투명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행복하리라 내가 만난 삶, 사람, 그리고 사랑을 함께 느낀다는 것이 이처럼 홀가분한 일임을 편지지 여백의 한 귀퉁이 어디쯤에서 찾아 낸 기쁨이 온통 값진 것임을 알아내는 시간들이 소중할 것이다 오래된 팝송에서 묻어 나는 향수가 뿌연 하늘 끝 선 어디 쯤 닿을 때면 커피향에 눅눅해진 편지봉투는 그리움의 우표를 붙인 채 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갈 테지만 오늘처럼 흐리고 아름다운 날..

시, 글 2021.08.31

들꽃의 노래 / 이외수

유명한 이름은 갖지 못하여도 좋으리 세상의 한 작은 모퉁이 이름 없는 꽃이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몰라봐도 서운치 않으리 해맑은 영혼을 가진 오직 한 사람의 순수한 눈빛 하나만 와 닿으면 행복하리 경탄을 자아낼 만한 화려한 꽃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소박한 꽃과 향기로 살며시 피고 지면 그 뿐 장미나 목련의 우아한 자태는 나의 몫이 아닌 것을 무명(無名)한 나의 꽃, 나의 존재를 아름다운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가리

시, 글 2021.08.30

그 언젠가는 만나야 할 사람 / 이명희

인생이 제 아무리 바람에 흔들려도 계절이 지나고 가을은 그리움 되어 다가오는 것이다 하루가 또 다시 시작되어 참으로 기쁘다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 언젠가는 만나야 할 사람 희망을 꿈꾸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삶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 내 가슴 안에서 내 눈 안에서 반짝이는 소중한 사랑 하나만으로 어떤 시련도 견딜 수 있으니까 희망도 더 커지고 삶도 가을날의 알밤처럼 토실토실 할 테니까 계절은 날마다 가고 내 삶은 단풍처럼 물 들어간다.

시, 글 2021.08.28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 / 용혜원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에 나이가 들어간다 뒤돌아보면 아쉬움만 남고 앞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인생을 알만 하고 인생을 느낄만 하고 인생을 바라볼 수 있을만 하니 이마엔 주름이 깊이 새겨져 있다 한 조각 한 조각 모자이크 한 듯한 삶 어떻게 맞추나 걱정하다 세월만 보내고 완성되어가는 맛 느낄만 하니 세월은 너무도 빠르게 흐른다 일찍 철이 들었더라면 일찍 깨달았더라면 좀 더 성숙한 삶을 살았을텐데 아쉽고 안타깝지만 남은 세월이 있기에 아직은 맞추어야할 삶이란 모자이크를 마지막까지 멋지게 완성시켜야겠다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이지만 살아있음으로 얼마나 행복한가를 더욱 더 가슴 깊이 느끼며 살아가야겠다

시, 글 202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