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삶에 있어서 조용함에 관하여 / 황인철

Daisyhg 2021. 11. 24. 07:10

 

 


그대

살다가 나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하여도


그대 떠난 그 자리에
그대가 남기고 간 바람 속에 서서
오랫동안

그대의 이름을 불러주리라


그리고도

그대가 피운 꽃이 시들지 않고
그대 가슴에

별이 뜨는 강물이 마르지 않을 때


나는 그제서야
내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주겠다

비가 오고 혹은 눈이 오는 날
어쩌다

그대의 사랑이 그대를 모른다 하여
그대의 가슴 속에 빈 집만이 남아


차가운 바람이 불고
창문이 흔들리는 외로움에 못 견디어
그대가 돌아온다면


그대가 나에게로 온 그 자리에
나는 가고 없어도


내 사랑의 그리움은 고스란히 남아
그대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으리라

그때 그대는 기억하리라
그대가 잊어버린 나의 이름을,


그리고 그대가 남기고 간 바람이
내 삶의 겹겹에

쓰러진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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