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살다가 나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하여도
그대 떠난 그 자리에
그대가 남기고 간 바람 속에 서서
오랫동안
그대의 이름을 불러주리라
그리고도
그대가 피운 꽃이 시들지 않고
그대 가슴에
별이 뜨는 강물이 마르지 않을 때
나는 그제서야
내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주겠다
비가 오고 혹은 눈이 오는 날
어쩌다
그대의 사랑이 그대를 모른다 하여
그대의 가슴 속에 빈 집만이 남아
차가운 바람이 불고
창문이 흔들리는 외로움에 못 견디어
그대가 돌아온다면
그대가 나에게로 온 그 자리에
나는 가고 없어도
내 사랑의 그리움은 고스란히 남아
그대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으리라
그때 그대는 기억하리라
그대가 잊어버린 나의 이름을,
그리고 그대가 남기고 간 바람이
내 삶의 겹겹에
쓰러진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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