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중년의 겨울 밤 / 이채

Daisyhg 2021. 11. 22. 20:09

 

 

 

꽃 지고 낙엽도 진 빈터에

초대하지 않은 썰렁한 바람이 지나면

 

깊은 밤 비집고

소리없이 들어서는

가슴 후비는 쓸쓸함에

중년의 겨울밤은 외롭기만 합니다

 

바람 앞에 등잔 같은

아련한 그리움

 

앙상한 가지에 눈꽃으로 피고 달빛 젖어

더 하얀 눈꽃이 바람에 날리어

가슴까지 덮어도

저린 그리움 가눌 길 없습니다

 

옷고름 풀지 못한 사랑

또다시 그리워져도

한낱 눈물 속에 흐르다 말

겨울 강에 비치는 초승달 같은 사람이여!

 

꿈에라도 나룻배 되어

당신을 싣고 차가운 강을 건너는

중년의 겨울밤

 

여름 하늘을 덮고 잠을 청한대도

춥기만 한데

 

차라리 눈을 감고

꿈에라도 시린 가슴 녹이고 싶은

 

중년의 겨울밤은 잠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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