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약속 / 김남조

Daisyhg 2021. 11. 17. 18:30

 

 

 

어수룩하고 때로는 밑져

손해만 보는 성싶은 이대로
우리는 한 평생

바보처럼 살아버리고 말자


우리들 그 첫 날에
만남에 바치는 고마움을 잊은 적 없이 살자


철따라 별들이 그 자리를 옮겨 앉아도
매양 우리는 한 자리에 살자


가을이면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불을 지피는 자리에 앉아

눈짓을 보내며 웃고 살자


다른 사람의 행보같은 것
자존심 같은 것
조금도 멍 들이지 말고


우리 둘이만

못난이처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