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창가에 기대서서
흐르는 계절을 보노라면
푸름을 자랑하던 잎
벌써 낙엽으로 지고
산봉우리 앙상한 가지가 드러났다
눈에 익은 풍경 바뀌어 가고
잿빛 하늘 아래 먹구름
마음에 공허를 불러오고
밖에는 스산한 바람 부는데
빈 둥지 홀로 남은 어미 새처럼
상실감에 존재를 알고
언제나 같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투명한 유리창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이 상반된 고요는
어제와 다른 느낌으로
앞으로 펼쳐질 하얀 세상 그리며
새로운 정체성을 시험해본다
인생의 어디쯤인가
내 창을 두들기는 황혼
하루가 천금같이 소중한 지금
오늘도 찬란하게 펼치자
한결 아름다운 내일이 오기를
기도로 부르는 추풍의 노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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