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추풍의 노래 / 조선윤

Daisyhg 2021. 11. 10. 18:56

 

 

 

저무는 창가에 기대서서

흐르는 계절을 보노라면

 

푸름을 자랑하던 잎

벌써 낙엽으로 지고

산봉우리 앙상한 가지가 드러났다

 

눈에 익은 풍경 바뀌어 가고

잿빛 하늘 아래 먹구름

마음에 공허를 불러오고

밖에는 스산한 바람 부는데

 

빈 둥지 홀로 남은 어미 새처럼

상실감에 존재를 알고

언제나 같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투명한 유리창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이 상반된 고요는

어제와 다른 느낌으로

 

앞으로 펼쳐질 하얀 세상 그리며

새로운 정체성을 시험해본다

 

인생의 어디쯤인가

내 창을 두들기는 황혼

 

하루가 천금같이 소중한 지금

오늘도 찬란하게 펼치자

 

한결 아름다운 내일이 오기를

기도로 부르는 추풍의 노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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