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유리창엔 하얀 성애가
탈출하지 못한 추억을
슬금슬금 그리고 있다
지난 세월
흐른 내 눈물방울 세는 동안
구름은
떠돌다 늙은 감나무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고
별빛은
어둠 속에 몸 담그고
눈 깜박깜박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침 햇살 속
국화는 무덤 가에서
한 올 한 올 세상을 지운다
낮은 동산에 아늑히 감싸 안긴
시골마을 모퉁이를 돌아서
멀지 않는 기억 속을 걷는다
내 어린 날의 배나무 사이로
뭉개 뭉개 피어오르는
추억의 돌담에 걸터앉으면
버들피리 소리 들리고
마른 풀잎들은 아침 서리를 털며
부질없는 바람에
흐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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