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노년유정 / 정약용

Daisyhg 2021. 10. 15. 15:24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 없으니
그댄 자신을 꽃으로 보시게.

 

털려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 들면 못 덮을 허물없으니
누군가의 눈에 들긴 힘들어도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 이더이다.


귀가 얇은 자는
그 입도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도 바위처럼 무겁네.

 

사려 깊은 그대여
남의 말을 할 땐
자신의 말처럼
조심하여 해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너그러움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은 정은 사람을 감동케 하나니,

 

마음이 아름다운 그대여!
그대의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 지리라.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뜻이요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고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 먹고
소화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리라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이고


정신이 깜박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니


지나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정신이 돌아버릴 테니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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